대체 현실을 파악하고 있는 자가 존재하는가?

자, 당신은 "태어나는 게 아니었는데"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가? 혹은 '지금껏 살아왔지만 특별히 좋은 일도 없었고' 라는 생각은?

또 카도노라는 녀석은 이런 헛소리를... 이라며 지긋지긋해하고 있을 듯하지만, 뭐 한번쯤 들어주시길.

확실히 말하자면 설령 당신이 지금 세살배기 어린애든 88세의 노인이든 간에 당신은 이미 몇 번이나 '이걸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좋아' 라고 할 만한 기쁨을 만나고 있다. 반드시 만났다.

단지 잊어버리고 있을 뿐이다.

자, 당신은 친한 사람과 다투고 헤어진 채 그게 마지막이 되어 버린 적이 있는가? 아니 특별히 사이가 좋았다던가 오랫동안 사귀었다거나 하는 상대가 아니라도 좋다. '좀더 어떻게 해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' 라고 가끔씩 문득 떠올려보거나 하는 상대, 그런 사람은 없는가?

없다고 단언한 당신, 당신에 대해서 나는 별달리 아무렇게도 생각하지 않는다. 하지만 '있어, 있어', '으, 응' 이라고 생각한 당신-

지금부터라도 늦지 않다. 어째서 그 상대에게 '어떻게 좀 해볼 수 없을까?' 라고 물어보지 않는건가? 아니, 벌써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고 한다면(뭐, 거의 대부분이 그렇겠지만) 어째서 가까이 있는 녀석이랑은 적어도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자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? 당신은 그 순간의 이별의 아픔과 불편하기 짝이 없는 기분을 벌써 잊어버렸다는 건가?

잊어버리고 있는 거겠지, 모두들...

아- 아, 그렇다. 이런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나 자신도 역시 잔뜩 잊어버리고 있으니까 말이다.
'어, 그러니까, 그때 그녀석, 학원 다닐 때 한번 앞자리에 앉아서 강의 도중 줄곧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던 그 녀석, 이름이 뭐였더라? 들었을 텐데 말야..., 뭐라고 했지....' 라는 것들 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는 묘하게 즐거웠지 하는 사실만 어렴풋이 남아 있거나 한다.

그리고 어쩌면 태어난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할 만한 기쁨이라는 건 사실 그런식으로 언뜻 보기엔 별 볼일 없는 것, 너무나도 사소해서 금방 잊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것, 그런것에 있는 게 아닐까?

특별히 운명적인 만남 끝에 충격적인 연애에 빠져서 노도와 같은 행복이 밀려오거나 하지 않아도, 아니 그런 것보다도 '그거 말야, 그렇잖아?', '맞아, 맞아, 그래!' 라고 하는 정말로 자그만한 동의라던가,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던 그때라던가, 그런 것이야말로 '이유'인지도 모르겠다, 뭐 그런 생각은 안하시는지? 태어난 의미라는 건?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그렇기 때문에 비로소, 그렇지 않은가?


by 카도노코우헤이(上遠野浩平)
부기팝 인 더 미러(ブギ-ポップ IN THE MIRROR) - 판도라 작가후기 중


 

by zEroReN | 2004/11/01 15:13 | [일상으로의 초대]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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